첫 멘토가 되어준 아버지
"저기 창문이 무슨 색으로 보이니?”
LINE VX Design 1팀 리드 지연님이 미술로 진로를 정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께서 던지신 질문입니다. 지연님은 하늘이 비친 창문을 보고 당연히 '하늘색'이라고 대답했지만 아버지는 ‘창문에는 한가지 색만 있는게 아니라 수많은 색이 겹쳐 만들어진 색’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한 마디는 지연님에게 평면적인 색채의 인식을 넘어, 세상을 복합적인 감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지연님을 있게 하고, 지금까지도 디자인 감각을 일깨워주는 그녀의 첫번째 원천은 아버지였던 셈이지요. 지연님의 아버지께서는 지금까지도 새로운 재료로 그림을 시도하시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묵화를 직접 그리실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고 합니다.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두번째로 지연님에게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해준 것은 자연, 인간, 기능 3요소의 조화를 추구한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알바 알토는 '형태는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내용은 자연과 연결되어야 한다'며 '아름다움은 기능과 형태의 조화'라고 정의했습니다. 지연님은 브랜딩을 할 때 심미적인 아름다움 이전에 사용자를 위해 심볼로서의 기능을 먼저 고민합니다.
“신입 디자이너 때 선배로부터 '예술을 하려고 하냐'는 피드백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내 주장보다는 사용자의 주장이 더 들어가야 옳은 디자인인데, 이걸 타협하는데까지 저도 조금 시간이 걸렸답니다."
순수 예술은 작가의 주관이 우선시 된다면, 디자인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초점을 둡니다. 예술성보다는 실용성과 기능성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라인스러움이란
LINE의 N년차 디자이너로서 지금의 지연님은 기능은 물론이고, '라인스러움'에 대해서도 늘 고민합니다. 지연님이 정의하는 '라인스러움'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친근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신뢰를 줄 수 있는 안정적인 디자인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수년간 이런 디자인을 추구해온 결과물을 보면 우리의 디자인인 것과 아닌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사용자에게 베네핏을 주는 기능과 라인스러움을 먼저 담아낸 뒤에, 아름다움이나 특별 차별 포인트를 담는 것이 지연님의 브랜드 디자인 노하우랄까요.
시야를 열어준 도서들
지연님은 ‘작업자’에서 ‘리더’로서의 시야로 넓히는 과정 중 상당 부분 책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책의 도움이 컸습니다. 실제로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있었지만 사보는 것은 망설이고 있던 중, 책에서 ‘체험’과 ‘몰입’이라는 키워드에 영감을 받아 직접 구매를 시도하기도 했지요.
“빈티지 가구를 사용할때는 새 제품의 매력과는 다르게, 더 따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전에 사용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서사가 있는 듯한 물건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빈티지 가구를 실제로 구매함으로써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영역으로 감각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한 지연님은 사용자에게 좋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야의 확장
예전에는 디자인 할 때 웹사이트를 주로 참고했지만, 다양한 체험으로의 영감을 중시하게 되면서 영화도 디자인에 참고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다루는 프로젝트였는데, 단순히 기능을 시각화하는 게 아니라, AI와 사용자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부터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중첩된 시간, 직조된 공간 같은 시각적 상징들은 AI와 ‘나’의 연결성, 즉 가상의 나와 현실의 나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힌트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나’라는 개념을 착안해 동일한 모습으로 좌/우가 반전된 '데칼코마니'와 내 주변 궤도를 멤도는 '인공위성'을 모티브로 삼게 되었어요."
'하지 말라는걸 안 하기보다는, 해야된다고 생각하면 말하고 넘어가자'는 태도 역시 '일의 감각' 책에서 배웠습니다. 과거에는 의견 제시를 했다가 핀잔만 들을까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없었던 적도 있지만, 리더가 된 지금의 지연님은 '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로 팀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자신 스스로도 적극적인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데이션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